2017년 05월 21일 씀

며칠 전부터 시아준수만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애틋함이 피어 올라서 어쩔 줄을 모르다가 아주 오랜만에 키보드 앞에 앉았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가수 시아준수, 그만을 위해 준비된 무대에서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가 된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선보이는 퍼포먼스가 아니라, 그 화려하고도 무거운 신분을 내려놓고 김준수 이름 석자 가슴에 명찰로 단 채 제복을 입고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자니 왠지 아득해져서. 아무런 연출도, 의상도, 무대 효과도 없이 주어진 날것의 무대에 기꺼이 마이크를 쥐고 오롯이 노래하는 당신을 새삼스레 사랑하게 되었다. 오로지 서른둘의 김준수, 그대가 겪어온 지난날의 결에 따라 조금씩 부서지고 또 더해져 만들어진 모양과 밀도와 색의 당신이라는 사람만이 거기에 남아있었다. 이삼일 정도 나를 사로잡았던 이 감정을 나는 무척이나 그리워하고 있었구나,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오래 전 썼던 글을 찾아보곤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오빠의 첫 솔로앨범이 발매되고 팬싸인회가 막 이루어지던 그때 당시에 썼던 글을 찾아보니 그런 말을 했었다. 오빠는 싱그러운 신인 같고, 팬덤은 첫사랑의 열병을 앓는 소녀 같다고. 이미 오랜 동반자였던 오빠와 팬들이 서로를 다시 발견하고, 친구에서 설레는 사랑으로 서로에게 다가서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그래서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식상하게 표현하자면 눈에서 멀어지니 오히려 더 애틋해지는 장거리 연애감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진짜로 시아준수랑 유사연애를 하고 싶어서는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니 연인관계에서 쓰는 표현이 가장 적합하고 다채롭기에. 새 시작의 풋풋한 설렘도 이런저런 일 아래에 묻혀 잔잔해졌을 무렵인데 노래하는 목소리로, 무대 위의 몸짓으로, 객석을 바라보는 눈으로 내가 처음 왜 그대에게 반했는지 자꾸만 상기시켜주어서 나는 별 수 없이 또 한 번 여전히 사랑하는구나 깨닫고야 만다. 무대 영상을 봤다. 며칠에 걸쳐 몇 시간씩 본 그 모든 영상 속에 나도 있고 그대도 있었다. 겪어온 모든 일로 빚어진 당신의 삶이 녹아 있는 노래를 듣고 내 삶을 빚어나갔던 기억이 담겨 있었다. 그때는 대단한 어른처럼 보였던 스물넷, 그 아프고 푸르스름했던 나이가 성큼 다가오고 나니 그대가 얼마나 더 어른이었는지 알았다. 남들보다 빨리 성숙해야 했던 그때의 성장통을 짐작이나마 해보려 어설프게 더듬더듬 생각하며 환하게 웃는 지금의 오빠를 물끄러미 본다. 헬로헬로를 부르던 그때 제발 흐르지 말라는 가사에 왈칵 울음이 터져 목소리가 덜덜 떨렸던 것을 기억해냈다. 이렇게나 열심히 달려온 오빠가, 울고 웃으면서 지금까지 놓지 않고 함께 해온 내가 이대로 흘러버려 끝일까봐 그게 무섭고 서러워서 그랬던 것 같다고, 어렴풋이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오빠도 나도 지금 웃는다. 모든 것을 벗어 던진 김준수의 무대를 보고나니 그대가 돌아왔을 때 잘 있었는지 물을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들었다. 한치 앞도 안 보이던 폭풍우를 이겨내고 피워냈던 결실을 스스로 내려놓고 또 다시 불확실성과 싸우는 중일 텐데도 그대가 웃는 까닭이, 그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