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 서른일곱의 당신도, 여전히 노래하고 있다. 내 마음과 당신의 무대가 지금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문득 기적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오랜 애정이 허망하고 부질없는 짝사랑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형태와 온도는 달라졌을지언정 놓은 적 없는 이 사랑을 당신이 늘 소중하게 여겨주었기에 나는 언제든 돌아와 쉴 수 있는 안온한 안식처를 가진 채 살 수 있었다. 그게 얼마나 굉장한 일인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절실하게 깨닫고 있다. 이제는 당신도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다.

당신을 사랑하는 일 자체가 고되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당신은 사랑하기 쉬운 사람이다. 어려운 길을 가는 당신에게 쏟아지는 고난을 지켜보는 게 힘겨웠던 날들이 있을 뿐이었는데, 그것조차도 안타까워하는 당신을 보는 게 마음 아팠었다. 힘들다는 이야기도 무섭다는 말도 못 하고 차마 붙잡지도 못해서 자꾸 놓아주려고 하던 모습이 슬펐다. 울음을 항상 머금고 있던 시기가 있었지, 사랑한다 고맙다 우리 또 보자는 말이 절박했던 때가. 행복하다는 그 말이 너무 귀해서 당신 입에서 그 단어가 나오기만 하면 목이 메던 시절이. 그래도 그런 날들 위로 쌓인 시간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주었다. 웃으며 고맙다고 또 보자고 말하는 당신을 볼 수 있게 되었고 즐거운 마음으로 대답하는 내가 있으니까. 오르막길을 오르는 당신의 빛나는 여정을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이제 우리 웃으면서 만나. 영원하겠다는 약속도, 변하지 않을 거라는 말도 하지 않을게. 하지만 오빠 덕분에 내가 어른이 되어가던 시간은 슬픈 노래로 가득 차지 않을 수 있었고, 그래서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고, 그런 나는 여전히 그대를 사랑해. 먼 미래를 기약하기보다 곧 만나러 가겠다고 약속할게, 또 보자고 말해줘. 내 가수, 내 아이돌, 오빠, 서른일곱 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