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본업을 잘하는 사람이 마지막에 웃게 된다, 라는 말을 20년째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는 내 가수. 누구보다 그 말에 어울리는 사람이란 걸 늘 알고는 있지만 지난 토요일에는 어찌나 눈물 나게 와닿던지. 가수로서 자신에게 남은 칼이 공연뿐이라는 걸, 팬들과 만날 방법은 오직 무대밖에 없다는 걸 알았을 때,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불안했을 상황에서도 오로지 콘서트를 하기 위해 열두 트랙짜리 정규 앨범을 홀연히 들고 나타났던 시아준수. 그 뒤로 11년, 오빠는 그 단 하나의 칼을 쉼 없이 갈고 닦아 예리하게 벼려왔다.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무대를 진실되게 대하며 묵묵히 쌓아온 그 모든 것을 14년 만의 합동 콘서트에서 우아하고 유려하게, 폭발적으로 펼쳐 보이던 오빠는 감동적이었다. 단숨에 공연장 안의 공기를 바꿔놓던 목소리, 당연히 자신의 것이라는 듯 쉽게 장악한 무대 위에서 라이브 공연을 위해 만들어진 스케일의 퍼포먼스들을 화려하게 피워내던, 우리의 별이 낳은 천재.
무대에 모든 것을 걸어야 했기에 어중간한 걸 하느니 퍼포먼스로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패기로 선택했던 그 타이틀 곡, 솔로 가수 XIA의 시작을 알렸던 타란탈레그라를 오프닝 곡으로 선택한 오빠는 아마도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오빠는 그런 것들을 구태여 설명하지 않았다. 설명할 자리도 아니었고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정중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능숙함으로 할당된 30여 분의 시간을 이끌어가는 모습 아래 숨겨진 그 침묵은 들을 줄 안다면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 곡들이 어떤 곡들인지, 이 공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다른 팬들과 섞여 있는 팬들을 불러보고 싶었다는 마음은 어떤 건지, 동그르르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로 밝게 외치던 “코코넛들아 앙녕!”에 왜 천둥 같은 환호를 돌려주고 싶었는지. 오빠는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 오빠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무언으로 공연장 안에 흐르고 있던 이야기가 전혀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을 테고, 그들이 본 것은 아마도 자신을 ‘시아’라고 소개하는, 온 힘을 다해 노래하고 춤추는 가수. 자기가 궁금하면 팬미팅에 들러보라며 능청을 떠는 능숙한 공연가. 하지만 오빠를 아는, 응원하는,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무대에서 객석으로, 다시 객석에서 무대로 물결처럼 넘실대던 애정이 손에 잡힐 것처럼 선명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그 충만한 사랑과 행복과 에너지를 가득 받아와서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힘든 날이 오면 보물처럼 간직해놨던 이 빛나는 기억을 꺼내어 보며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I'm here with you If you take my hand I'll dream again If you say my name I'll bloom again I'm just a flower to you How can I love you? This is the only way I can do it... Everyday I'll give you all of my love I'm still here with you
내가 위버스콘에 가서 눈물을 글썽이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그런데 찬란하게 빛났지만 아픈 일도 많던 그 시절의 내 손을 잡아달라던 꽃과, 하나의 빛이 되어 붉게 타오르자던 지금의 꽃이 만나서 결국 사랑을 말하는 이 문구를 보고 목이 메지 않을 수 없었다. 잘 짜여진 하나의 영화처럼 흘러가던 세트리스트 사이에 슬쩍 끼워 넣은 편지와 반짝이는 눈으로 자꾸만 팬들이 모여 앉은 쪽으로 눈길을 주던 모습이 오래도록 남는다. 언제라도, 언제까지라도 달려가서 당신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내고 싶다.